지진과 원전의 안전성
울산 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해서, 또 다시 원전 안전성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연관된 설비에 약간의 지식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번 정리를 해본다.
참고로 나는 반핵론자이며, 인류가 손대지 말았어야 할.... 영역이었다고 생각한다.
관련 설비에 대해 신입사원 교육 관련하여 작성안 교안 중 외부에 노출되지 말아야 할 자료등을 제외하고, 내용을 옮겨놓는다.
- 지진(Earthquake) 이란-
먼저, 지진에 대한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진은 우리가 고교시절에 배운 판구조론등을 근거로 발생된다고 추정되며, 물리학적으로는 한정된 구역내의 탄성변형 에너지가
에너지 평형상태로 가기 위해 방출되며 발생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뭐 환태평양 조산대, 불의 고리 등등...)
진원에서 발생한 지진은 여러가지 파형으로 측정위치까지 전달되는데, (진원은 지진이 발생한 원점, 진앙은 진원의 지표면)
Primary wave (일명 P파) 가 먼저 도착하고, Secondary (일명 S파)가 도착하게 된다.
P파는 파동의 진행방향와 평행방향이며, 종파라고 부르고, S파는 수직방향이어서 횡파라고 부른다.
따라서, 종파는 피해 정도가 작으며, 삼상 (기체, 액체. 고체)를 모두 통과한다. 문제는 되는 것은 횡파인데, 진폭이 크며 피해의 정도가 크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처음에는 "우르르르르" 하다가 본격적으로 흔들리는 것이 바로 종파가 온 후, 횡파가 도착하여 피해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영화에서 보면 구형 아날로그 계측기에서 기록지에 바늘이 미세하게 진폭을 그리다가, 지진이 오면 바늘이 미친듯이 춤을 추며, 사무실이 흔들리는 과정이 바로 종파가 온 후, 횡파가 도달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PS시라고 부르는 P파가 온 후 S파가 측정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면 진원에서 측정장소까지의 거리가 산출된다.)
- 지진의 단위
지진의 단위는 몇가지가 혼용되는데, 미국의 지질학자 리히터가 제안한 Magnitude(규모)가 익숙하다. 하지만, 리히터 규모는 지진의 강도를 비교할 수 있는 개념으로, 진앙지에서의 지진 규모는 측정장소에 따라 너무도 상이하므로, 메르칼리가 제안한 10단계의 Intensity(진도) 를 수정한 12단계의 수정 메르칼리 진도를 사용하고 있다.
"진도 6"이 "똑바로 걷기 어려움. 약한 건물의 회벽이 떨어지거나 금이 감. 무거운 물체의 이동 또는 뒤집힘" 현상이 일어다는 단계이다.
울산앞바다에서 지진이 발생했다고 하면, 울산에서 측정된 지진과 서울에서 측정된 지진의 힘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두 단위사이의 정확한 환산은 어려우며 대략 리히터 규모 5.0~5.9가 진도 6~7값을 가진다.
학계에서는, 수학적 편의를 위해 Acceleration of Gravity (g)를 사용하며, 0.1g가 진도 7정도가 된다.
- Rigid & Flexible
"Rigid"와 "Flexible"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
영화에서 나오는 방공호나 대피소에 달려있는 백열등을 가정해보자. 만약 그 백열등이 구조물에 "Rigid"하게 장착되어 있다면,
구조물과 함께 흔들리고는 지진파가 지나가면 그대로 빛을 밝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백열등이 구조물에 "Flexible"하게 달려있다면,
지진이 발생했을때 구조물과 별개로 흔들리고 주변에 부딪혀서 파괴되고, 기능을 상실할 것이다.
따라서, 지진에 대해서 안전하려면 구조물들은 "Rigid"하게 건설 및 제작, 장착되어야 한다.
즉, 지진에 견디는 내진능력은 얼마나 구조물들이 "Rigid"하게 설계가 되어있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 원전의 내진설계 개념
반핵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동해안 벨트를 따라 원전을 짓는것에 지역차별이나, 안전성을 무시한다는 이야기는 낭설이다.
지진에 견디는 내진능력이 설계에 반영되기 때문에 정해진 부지 반경내에 활성단층이 없으며, 단단함 암반이 있는지 등의 부지조사를 통해 원전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좌시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설계 인허가 조건은 국내에서 만든 것도 아닌 미국의 NRC에서 발행한 rg 1.12 "Nuclear Power Plant Instrumentation for Earthquakes"에 따른다.
이러한 암반을 20m 굴착하여 56mm의 철군을 30cm 간격으로 설치하므로, 지진이 발생하여 원자력발전소가 뒤집힐 정도가 되면, 이미 지표면에 살아있을 생명체는 없을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지하의 암반과 붙어있다고 생각하면 편할듯)
국내 원전은 0.2g의 설계 지진값을 가지며, 신고리 2발이후 0.3g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참고로, 어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이 월성 원전에서 관측된 값은 0.0144g였다.
저렇게 설계 시공된 지반공사위에 구조물, 설비등이 위치하게 되는데, 방사능유출과 관련된 모든 설비는 Equiment Qualification (기기검증)을 거쳐 설치, 시공, 운영되게 된다. 원전 설계수명기간동안의 정상운전, Design Basis Accident/Event(설계 기준 사고) 하에서 방사능 유출과 관련한 모든 안전성등급 품목은 이러한 테스트를 거치며, 작은 전자카드 한장의 테스트 비용만 최소 1.5억원에 달한다.
- OBE & SSE
내진 관련 부분으로 특화시켜 보자면 Operating Basis Earthquake (OBE, 운전기준지진), Safe Shutdown Earthquake (SSE, 안전정지지진)을 이해해야 한다. SSE는 설계 지진값으로, 예측되는 최고의 지진값 (0.2g)이며, OBE는 운전중 지진이 발생했을때, 점검등을 통하여 계속 운전이 가능한 지진값이며 SSE의 50%를 사용한다.
원전의 방사능 유출과 관련된 (격납용기등과 같은 구조물뿐만이 아니라, 방사능 감시설비와 같은 측정설비도 방사능 유출과 관련된 설비이다.) 모든 설비는 OBE, SSE 값에서도 계속 운전이 가능한지 시험을 통해서 발전소에 설치되며, 보수적인 방향으로 설계가 되기 때문에, 실제 신고리 2발전소 이전에 공급한 품목들의 경우에도 자료를 보면, 별도의 시험을 하지 않더라도, 설계 요건을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 SMS
원전에는 Seismic Monitoring System (SMS, 지진감시설비)가 설치되어 있으며, 0.01g가 측정될 경우 경보가 발생하여, 점검등을 시행하며, 0.1g에 도달하면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하도록 운전매뉴얼이 작성되어 있다. 사실 이것은 너무도 보수적이며, 너무도 과도한 안전대책이라 생각될 정도이다.
-ASTS
현재 국내 모든 원전에는, 후쿠시마 후속조치사항으로 IAEA의 칭찬을 받은 (더욱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Automatic Seismic Trip System (ASTS, 지진원자로자동정지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SMS에 따른 수동정지등도 부족하다고 생각되어, 0.18g의 지진값이 측정되면 자동으로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설비이다. ASTS는 기준값 이상의 지진값이 측정되면, 원자로를 자동 정지시킨다.
-Control Rod 및 Safety Injection
"원전 고장났다" 라는 기사를 보면 대부분 원자력발전소 설비에 이상이 감지되어 안전기능이 작동된 경우가 많다. 자동차 운전중에 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지자 차량이 이를 감지하여 속도를 줄인다던가 (Trip), 알람,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준다던가 (Pre Trip)의 안전장치가 작동했을 뿐이며, 이는 원전이 대단히 안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고 해도, 안전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근거가 될수밖에 없다. 그 안전을 책임지는 원전의 브레이크인 Control Rod (제어봉)의 기능 역시 이해해야 한다.
원자력발전과 관련하여 이야기한 몇가지 (Nuclear Fission, Chain Reaction, Thermal Neutron, Coolant, Reactivity, NSSS) 는 많이 이야기되었으므로 생략하고, 원자력발전소의 계속되는 핵분열을 막기위해서는 연속적으로 생산되는 중성자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 이러한 중성자를 잡아먹는 Ag, Cd, B, In등으로 만들어진 Control Rod는 평상시에는 전기적임 힘 (코일은 감은 상태에서 고압을 걸어 Electro-Magnetic 힘)으로 잡고 있다.
이는 대단히 안정적이다 못해 무식할 정도의 개념인데, 정전이 되도, 원자로는 정지된다는 개념이다. 이는 원전의 설계 개념과도 뜻을 같이한다. 가장 보수적이며, 안정적인 방향으로 설비가 운용된다는 것이다. 만약 해당설비가 고장이 난다면? 전기적인 힘을 상실하고 Control Rod는 자유낙하여 원자로가 정지될 것이다. (이는 되레, 해당 설비의 문제로 인해,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 결론
원자력발전소가 지진에 대하여 얼마나 안전한지는, 15년에 발생한 xx발전소의 정지 원인등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 정상운전중에 ASTS가 정상작동하는지 시험을 실시하였으며,
이러한 Test를 위해서는 Bypass등의 시험용 루트가 포함되어야 하는데, 실제 지진 발생 신호가 M-G Set에 전달되었으며, 해당설비는 원자로를 정지시켜야 하는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여 Control Rod를 놔버린것이다. 이를 통하여 원자로는 정지하게 되었으며, 터빈 가동에 따른 압력 강하로 붕산수까지 주입 (Safety Injection)되어 터빈까지 모두 정지되어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을 정지한 것이다. (무사히 주차를 하고 기어를 Parking모드에 두고, 주차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끄고 키를 뽑았습니다.라고 써도 같은 맥락임)
물론 지진이 발생할 경우, 소위 기왓장 하나 흔들리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암반에 붙어있을 수는 없으며, 원자력발전소도 당연히 피해를 입고 구조물, 시설등이 파괴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사능 유출", "핵폭발"등의 위험은 만들래야 만들수도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