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샘 2018. 8. 26. 12:04

"평생 다닐것처럼 일하고, 내일 그만둘 수 있게 준비하라"

올초에 엔지니어링쪽 임원 한명이 그만둔 후, 알게 모르게 업무량이 상당해졌다.

점점 출근시간이 빨라지고,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과정이 생기고...

마치 큰형과 나이차가 큰 막내동생처럼 묵묵히 일하던 L과장의 표정에도 지친 내색이 역력했다.

작년중반부터 힘들어 하던 사람에게 부서장은 해결해 준 것이 없었고,

늘어난 것은 일뿐이었다.

 작년초부터 지사 직원을 제외하고 본사 인원 충원을 계획하고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나의 부족함이었는지...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대한 응대는 기존의 인원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결국에는 6월경에 L과장이 무리한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지난 십수년간 해온 부서장이라는 자리에 부족한 사람임을 자각하게 되었다.

수면장애, 반복되는 코피등으로 인하여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있지만,

부서원이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인원충원에 대해 회사를 설득하지 못한 자괴감도 들게 되었고...

 

- 이직

나는 이직을 고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몇몇에게 흘러들어가면서, 경쟁사 및 동종직에서 오퍼가 들어왔다.

부당경쟁방지, 전직금지 소송을 담당해본 내가 경쟁사나 동종직에 가기에는 엉덩이가 너무 무거웠고, 더 이상 이쪽의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시험기관에서 누군가의 추천으로 제안을 받고 면접을 보게 되었고...

면접을 2차에 걸쳐 총 8시간동안 평가를 받게 되었다.

솔직히 재미있었다. "음식은 씹다가 맛없으면 뱉으면 되지만, 사람은 뱉을 수가 없어서 신중하게 뽑고 싶다"는 말이 마음을 많이 움직였다.

투자회사가 소유한 회사에서 지내면서 잊고 있었던 여러가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나는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 퇴사

7월 2일자로 사직원을 제출했고, 내가 사직원을 제출하자 L과장도 사직원을 제출했다. 미리 자리를 잡았으면 댕겨갈수도 있었겠고... 동종직이나 나를 알고 부른 회사라면 부서원들을 포함해서 역으로 오퍼를 넣어봤겠지만, 그러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였다.

그나마도 글로 남기기 힘든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뒷정리를 다하고, 8월 22일자로 퇴사인사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8/13자로 퇴사하고, 8/15자로 현 직장에 입사처리가 된 후, 출근은 9월 3일부터 나가기로 했으니...

이건 백수인지... 백수가 아닌건지 모를 상황이 되었다.

인수인계 및 업무처리로 퇴사가 상당히 늦어지면서, 나는 또 열흘도 못쉬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 깨달음

 상장사 소유의 자회사, 투자회사가 지분을 100% 소유한 회사...를 다니면서...

인화단결, 인본주의냐... 효율과 경쟁이냐를 경험한 것은 나에게 정말 큰 자산이 되었다.

조직구성원들이 현실에 안주할때, 끊임없이 질주할때 회사가 어떤 리스크가 생기고,

결국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여기있어도 꼰대가 있고, 저기가고 꼰대가 있는데...

지금 내 주변에 꼰대가 없으면, 내가 꼰대라는 이야기가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