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닮았는지, 입이 까다로운 그 녀석은 한여름이면 거봉을 즐겨 찾곤 했다.
과일을 자주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에 비추어 복숭아, 참외 등등을 먹지 않는 녀석이 즐겨 찾으니 일부러 구해서라도 주고 싶은 어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거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찾으니 비싸도 사야하고, 당도가 높아야 하니 아무거나 살수도 없다.
문제가 발생한 날은 ... 엄마가 발견한 15Brix의 거봉을 무려 20,000원을 주고 구입한 날이었다. 거봉을 사왔다는 말에 늘 그렇듯 적당량의 거봉알을 뜯어내어 정성껏 씻어 아들에게 내주었는데... 돌군의 까다로운 입맛이 발동한 것이었다.
"어우 이건 맛이 없어. 너무 신맛이 나"
엄마는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 과일이 신맛이 날수도 있고, 늘 달콤한 과일을 먹는 돌군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입맛이 너무 까다로운 ... 아들녀석과 .... 더불어 더 까다로운 남편이 생각났고... 이 더운날에 무려 20,000원을 주고 사온 거봉을 밀어낸 아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결국 엄마는 "그러면 먹지마"를 시전하고 포도를 모두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렸다. 엄마는 절규했다. "나도 맛없는 건 안 먹어. 내가 왜 네가 안먹거나 남는걸 먹어야 하는데 ~~~"
결국 돌군은 남은 거봉을 모두 먹겠다고 눈물섞인 반성의 시간을 가졌지만 이미 버스 떠난 뒤였다.
이상은 화초씨와의 통화로 내가 정리한 8.26 사태 (부제: 종마니의 거봉)의 일부이다.
결국 저 불똥은 나에게 다 튀어서, 이번 추석에 어머니에게 중재를 요청할 계획을 밝힌 화초씨는 단단히 각오할 것을 요구했다. 나는 너무도 억울했다. 나는 그저 주는대로 먹었는데... 물론 토를 좀 달긴 하지만 ...

그리고 주말... 마트에 들린 화초씨는 네가 먹을 거봉을 직접 고르라고 했고, 돌군은 같은 당도의 11,700원짜리 거봉을 샀다.
후일이 두려웠던 나는 봉지를 뜯어 한알을 먹었는데, 매우 달콤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나는 돌군에게 물었다.
"너 26일에 산 거봉 먹을거야? 오늘 산 거봉 먹을거야?"
"난 오늘 산거 먹을래. 엄마 ~~~ 거봉 좀 씻어 줄 수 있어 ~~~~?" , "땡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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