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빠가 또 갈라졌다.
"거 앵간하면 하나 사신지" 라는 직원들의 눈빛이 느껴진다.
돌고돌아 순간접착제를 얻어다가 붙여본다. 사진 왼쪽의 오른발용은 붙여도 힘들어 보인다.
저 쓰레빠도 이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하도 낡은 것을 붙여 신으니까,
나이 지긋하신 고문님이 주문하여 주신 제품이었다.
이직하면서 두고왔길래, 후임에게 퀵으로 보내달라고 했었다.
생각해보니, 외의로 나는 절약이 몸에 베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은 좀 궁상맞다고 해야하나.
올 여름에는 홈쇼핑에서 파는 4종 바지를 내내 돌려입었는데,
이번 출장전날 세탁하기 위해 정리하려는 화초씨에게 출장 다녀와서 세탁을 하라고 얘기를 하고, 샤워를 하는데...
불현듯.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났다.
늘 본인은 다 닳은 옷과 운동화 혹은 빛이 바랜 구두를 신으셨었다.
아들녀석은 십만원짜리 운동화와 티셔츠를 입지만, 간혹 아버지의 옷이 바뀌는 순간은...
낡거나 안 맞는다고 버리려고 내다놓은 옷을 다시 입으시는 순간이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갖은 것들을 사대던 나는 간혹 방정리를 하거나, 청소를 할때면 버릴것을 잔뜩 모아 내다놨었고,
어느 사이엔가 그것들은 다시 갈무리되어 아버지의 공간에 다시 모여있기 일수였다.
어느사이엔가, 추억이 사린 물건들이 줄어들고, 남아 있지 않음을 지각하고 난 뒤에는 모든 것이 너무 늦어있었다.
그런 순간에 어떠한 것을 새로 산다는 것에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요즘 고민하고 있던 차... 바지... 가을에 입을 남방 같은 것들을 새로 산다는 것이 왜 이리 거북했던 것인지...
찬바람이 불면, 내가 힘겨워 하는 여름이 가고, 좋아하는 계절이 다가와 외투를 하나씩 사거나,
소주를 한잔 할 궁리를 했는데,
요즘은 유달리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매 새벽마다 식사를 거르시고 화물차를 운전하셔서 남매를 부양한 아버지의 허기 ...
왜 운전을 하다가보면 휴게소가 그리 많은데, 식사를 못하시고는 집에 와서 허기짐을 쓴 소주로 달래셨는지...
조금씩 조금씩 이해가 된다.
92년도경에 아버지께서 술에 많이 취하셔서, 막내외삼촌이 오셔서 일처리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그 막내외삼촌이 그 당시에 나중에, 아주 나중에 아버지를 이해하게 될거라고,
달래주시던 기억이 난다.
아직 돌군이 어려 나에게 반항하지도 못하지만, 요즘은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얼마나 힘들고, 무기력감에 본인에게 화가 나셨을지-'
열심히 일해도 변하지 않는 환경과, 사춘기의 연년생 자식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덤벼대는 그 집이
당신 자신에게 얼마나 지옥같고, 외로우셨을지...
새벽같이 일을 나가 다녀오시면, 반갑다는 말한마디 없는 집에서,
빨리 소주를 드시고 취해서 주무셔야 했다는 것에, 늙어가는 아들은 가슴 한켠이 먹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