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주말이면, 날씨가 춥고 눈이 오는 요즘이다.
어디 한번 나가기에는 .. 작년에 당한 사고에 대한 두려움증때문인지, 뭔가 영 찝찝하기만 하다.
하는수 업이 작은방 베란다에 방치되어 있는 부릉부릉이를 타보지만, 못해 아쉽기만 하다.
허허허;; 이 사람들아 그만그만 ..
요즘 식사량이 어마어마한데, 살은 그닥 찌지 않는다.
30개월 남아 표준 체중에서 상위 x%이내라고 생각된다.
키도 순위권. 표준보다 10cm이상 크다.
언제나 시원한 목욕한 뒤의 뽀송함.
내가 집에 있을때는 늘 같이 한다.
아빠의 억센손으로 사정없이 뽀득뽀득 닦이는 세수타임을 가장 싫어함.
돌군이 자꾸 장난감만 가지고 노는거 같아서 레고를 사줬다.
뭐하나 사주면 십만원이다. 카봇이니 뭐 다이노코어인지 뭔지도 죄다 십만원이다.
에구 허리야.
점점 노는게 거칠어진다. 쇼파에서 뛰어내리기도 하고...
내 눈에는 너무 위험해보인다.
어찌나 말씀을 잘하시는지...
"내가 할께" , "도와줘"
특히 요즘 피곤한 것은 소꼽놀이세트를 꺼내면서 외치는 말 " 얘들아, 같이 먹자"
아빠, 엄마 이름을 부르며 포크를 나눠준다. 같이 먹는 포즈를 취해주고,
또 뭐라뭐라 계속한다.
그리고, 대망의 그 날이 왔다. 때는 바야흐로 돌기 3년, 2017년 1월 23일.
화초씨가 노래를 부르던 아이돌콘서트 예매한날.
돌군을 처가에 맡겨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민여사님의 목소리.
"아니 내가 왜 네 문화생활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거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우리 장모님이 너무 좋다.
결국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고, 화초씨는 뒷태도 당당하게 꽁꽁 싸매고 먼 길을 떠났다.
화초씨는 저 폭설을 뚫고, 콘서트장으로 향했고,
나는 돌군이 잠든 옆에 같이 누웠다.
잠결에 어떤 매우 부드러우 손이 내 얼굴을 만졌다.
'아 착하게 살아서 드디어 하늘에서 묘령의 여... 아.. 난 결혼을 했고, 여긴 집이고, 돌군 옆이구나'
자각하는 찰나에 울상을 한 돌군이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헌데, 생각보다 매우 수월했다.
돌군에게 만화를 틀어주고, 요구르트를 주고 잠깐 담배를 피러 나갔었는데...
차마 불을 못 붙이고, 다시 올라왔는데...
돌군이 문앞에 앉아있었다.
"아빠, 보고싶었어요"
아.... 내 당장 금연을 할수는 없지만, 다시는 돌군을 혼자 두고 담배를 피러 나가겠다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었다.
저녁 나절이 되자, 민여사님의 문자가 왔다. 전화를 드렸더니,
잠깐 건너갈테니, 식사도 하고, 담배도 좀 펴야되지 않겠냐는 울 민여사님.
"괜찮습니다. 장모님. 지가 지 새끼 보는데 뭐가 힘들겠습니까?"
호기 있는 한마디에 민여사님은 또 쿨하시다.
"그래 그럼 힘들면 전화해"
.....................................................
밥도 잘 먹이고, 과일도 먹이고, 대충 입이랑 손 씻기고,
몸으로 계속 놀아주다보니, 엄마를 찾는다. "아빠. 엄마 보고싶어"
이야. 이 무슨 ~ "돌군아. 엄마 너 버리고 비투비콘서트 갔어. 나중에 고려장해버려"
-_-);;;;
암튼 육아와 일상에 지쳐있던 화초씨는 정식표를 구하지 못해 되팔렘들이 삼만원을 붙여서 파는 암표를 사서 콘서트를 다녀왔고, 내심 상당히 만족해 하는 분위기다. 흥분한 여파였는지 집에 와서도 바로 잠들지 않고, 열분을 토해냈으며...
돌군은 엄마가 오자마자 현관까지 내달려다 한참을 화초씨에게 안겨있었다.
문제는 그 뒤였다.
그 하루를 같이 있은 뒤로, 돌군과 나 사이에 거리감이 0에 수렴했다.
퇴근하고 옆에 가도 무심하던 돌군이.. 그날과 설 연휴를 지내면서, 나에게 아주 친숙하게 다가왔고, 이런저런 말을 걸기 시작했다.
평소 22시는 되야 도착하던 퇴근시간이 아쉬워지는 요즘이다.
"아이는 아빠를 기다려주지 않고 성장한다" 라는 말에 부쩍 놀란다.
돌군은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돌군의 인지능력과 기억력은 나를 놀라게하고, 하루하루 구사하는 언어가 다양해지고, 말이 단문에서 서너구절의 문장을 발휘한다. 그것이 어법에 맞던 안맞던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미소가 늘 많다.
게다가, 화초씨는 내가 하루 낮동안 돌군을 문제없이 케어하는 것을 보고, 상당히 즐거워하는 눈치다. 내 예상으로는 조만간 1박을 떠날거 같다.
아무리 어린이집을 다녀온다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말로 할 수 없는 위로를 마음속으로 보내본다.
오늘도 새벽녁에 돌군이 깨서 찡얼대는 소리에 깻다. 물 주세요. 자동차 주세요. 엄마 여기 누워. 뭐라뭐라 한참 주문을 하더니 다시 잠들었단다. ㅎㅎㅎㅎ
귀여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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